오래전 미 군함에 화재가 발생하자 선실로 뛰어 들어가 동료들을 구한 필리핀 청년이 있다.
미군은 그를 잊지 않았고, 107년 뒤 그의 이름을 최신 구축함에 헌정했다.
최근 미 해군은 향후 투입할 최신식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이름을 ‘USS 텔레스포로 트리니다드’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장관은 “해군 사관학교 생도 시절 트리니다드 부사관의 활양상에 대해 처음 들었다”며 “해군 장관 취임 후 그의 영웅적인 행동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군함에 명명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텔레스포로 트리니다드는 기관 관리를 담당하던 부사관이었다. 당시 미국의 식민지였던 필리핀 출신이기도 했다.
1915년 1월 21일 캘리포니아만 해역에서 훈련 중이던 미 해군 군함 USS 샌디에이고함에 화재가 발생했다.
최대 운항 속도로 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바다를 질주하다가 부속품을 연결해주는 체인에 무리가 가면서 불이 붙은 것이다.
대규모 인명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트리니다드는 동료 선원들이 갇혀 있는 선실로 뛰어 들어갔다.
첫 번째 동료를 구하면서 폭발로 얼굴에 화상을 입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다시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 두 번째 동료를 구했다.
당시 필리핀 출신 청년의 활약상은 해군 내에서 전우애와 용기를 상징하는 모법 사례로 회자됐다. 그는 주로 전사자에게 수여하는 미군 최고 영예 명예 훈장까지 받았다.
107년 뒤에는 그의 이름이 미 군함에 헌정됐다.
필리핀이 스페인의 식민통치를 받던 1890년 중부 아클란에서 태어난 트리니다드는 미국 식민 통치 시절 입대했다.
1968년 필리핀 수도 마닐라 근교 카비테에서 78세에 세상을 떠났고 인근 공원묘지에 안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