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 멸망한 페루 와리 문명의 통치자들이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환각제를 탄 술’을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2일 CNN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디킨슨칼리지, 로체스터 대학 등 공동 연구진은 지난 2013~2017년 페루 남부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컵과 항아리 등의 유물을 발견했다.
항아리에는 술과 빌카 나무의 씨앗 성분이 검출됐는데, 이 씨앗에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먼저 해당 유물의 출처인 와리 문명은 잉카 문명보다 500년 앞선 AD 600~1200년 사이 안데스산맥 일대 페루의 중부 산악지방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중부 해안 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전체를 통일한 최초의 대제국이었지만, 1100년 무렵 쇠퇴하기 시작해서 1200년경 알 수 없는 이유로 멸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빌카 나무의 껍질에는 환각 성분이 있어 수천 년 동안 환각제로 이용됐다. 이는 씨앗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당시 유물에서 술과 빌카 나무 씨앗의 성분이 동시에 검출된 것으로 보아, 당시 통치자들이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환각제를 탄 술’을 제공한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은 “와리 문명이 연회 및 환각제를 탄 술 등을 통해 부족민간의 사회적 연결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라며 “환각제를 탄 술을 제공하는 것은 와리 지도자들이 사회‧경제‧정치적 권력을 보여주고 유지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 환각 성분을 가진 나무의 씨앗은 사제 같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독점했을 것이다. 이를 사람들에게 제공함으로써 행복감과 영적인 감각을 맛보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고고학 학술지인 ‘저널 앤티쿼티’(Journal Antiquity)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