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명단 삭제 요청했더니 회원가입 요구…두번 운 이태원 참사 유족

By 이현주

‘악의적인 메일발송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야권성향의 한 온라인 매체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무단으로 공개해 뭇매를 맞았다.

TV조선 뉴스

논란이 커지자 이 매체는 유족이 요청하면 이름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고 한다.

17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로 조카를 잃은 A씨는 공개된 이름을 지우려고 온라인 매체 ‘민들레’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A씨는 삭제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구체적인 안내는 없었다.

TV조선 뉴스

결국 A씨는 삭제 요청을 위해 메일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악의적 메일 발송 방지를 위해 회원제로 운영된다’라며 가입을 요구하는 문구가 떴다.

대표번호로 전화했지만 불통이었다.

그가 전화하자 “가입자의 전화가 꺼져있거나 네트워크 접속이 끊어져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음성이 돌아왔다.

TV조선 뉴스

A씨는 무단 공개부터 삭제 요청까지 유가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원망했다.

그는 “인터넷에 (조카의) 이름이 떠도는 거 자체를 엄마, 아빠가 전혀 원하지 않고 있다”라며 “조용히 마무리 짓고 싶고 (그런 것이) 철저하게 짓이겨지니까”라고 토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족에게 삭제를 요청하는 일 자체가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TV조선 뉴스
TV조선 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식 잃고 슬픔에 빠진 유족들이 내 자식 이름 있는지 확인하고 유족이라는 것을 증빙하고 그렇게 하라는 소리냐”라며 “2차 가해, 3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들레 측이 이날 공개한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에는 155명(총사망자 158명) 중 29명의 실명이 ‘○○○’ 식으로 익명 처리됐다.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익명 처리된 사망자 중엔 외국인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