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크러쉬가 공연 도중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흑인의 손만 하이파이브하지 않고 지나쳤다는 것이 이유인데 크러쉬는 “조심하라는 제스처였다”고 해명했다.
크러쉬는 지난 9일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 ‘2022 SOMEDAY PLEROMA’(썸데이 플레로마)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그는 ‘Beautiful’ 무대를 꾸미던 중 무대 앞에 선 관객들과 손을 부딪치는 하이파이브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그러다 그는 한 곳에서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거절의 뜻을 밝히는 듯한 행동을 했고, 다시 옆 관객의 손을 잡았다.
이 장면은 하이파이브를 거절당한 누리꾼이 직접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자신을 흑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10일 “크러쉬가 룸메이트와 나에게 ‘노(no)’라고 하는 이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며 “우리 둘 다 흑인이고, 어쨌든 크러쉬는 우리를 건너뛰었다”고 했다. A씨는 크러쉬의 오랜 팬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매일 크러쉬의 음악을 2번씩 들었다”며 “이건 정말 상처받았다”고 했다.
A씨는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도 올렸다. A씨와 친구는 크러쉬가 자신들을 지나간 후 놀란 표정으로 “잠깐만, 이거 뭐야?” “우리 지나친 거야?”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A씨가 올린 영상은 하루도 되지 않아 1만4000번 이상 리트윗됐고, 4만70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논란이 커지자 크러쉬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명 글을 올렸다.
크러쉬는 “어제 페스티벌에서 공연 도중 생긴 상황에 대해 오해가 더 커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린다”며 “공백기와 코로나로 인해 2년간 만나지 못했던 팬들을 직접 대면하게 되어 너무 기뻤고,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지정 좌석에서 관람하던 팬들에게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저와 가까이하고자 하는 팬들이 펜스 앞쪽으로 몰렸고, 팬들의 안전을 위해 일정 구간에서 ‘조심하시라’는 제스처와 함께 지나치게 됐다”며 “저의 이러한 제스처가 하이파이브 거부의 의사로 비친 것 같다”고 했다.
크러쉬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팬들을 만나고 싶었다. 오롯이 그러한 마음으로 팬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함이 오히려 오해와 실망을 가져온 것 같아서 정말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어 “제가 노래하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저를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애정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해외 누리꾼들은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안전을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오직 흑인만 건너뛰었다. 당신의 사과는 멍청하고 이해도 되지 않는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 글은 1600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크러쉬를 옹호하는 팬들은 “크러쉬는 지난 2020년 미국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장례비와 가족들의 소송 비용을 위해 만들어진 펀드에 기부금을 전한 바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다른 각도의 무대 영상을 올리며 “아무리 봐도 사람이 몰리니까 위험해서 취하는 제스처”라면서 “무대 앞쪽에서도 똑같은 제스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러시 팬이라면 이 아티스트가 흑인 음악을 얼마나 즐겨 듣고 존경하는 사람인지 알 수밖에 없는데 속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