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만 보는 세관 직원들 때문에 줄에 묶여 ‘방치’된 마약탐지견들

By 이서현

마약밀반입과 짝퉁을 걸러내야 할 세관 직원들이 근무태만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보다 못한 내부고발자는 지난달까지 5개월간 매일 이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제보했다.

세관 직원들이 휴대폰만 보는 사이, 줄에 묶인 채 방치된 마약탐지견들은 멍때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2일 JTBC뉴스는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직원들의 근무태만을 보도했다.

내부고발자가 제보한 건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내부 모습이었다.

국제우편은 마약 밀반입 통로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엄격한 단속이 필요하다.

직원들이 우편물을 만져보거나 뜯어보고 탐지견을 이용해 마약을 걸러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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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상 속 관세청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뒤늦게 자리에 앉은 다른 직원도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이들은 40분짜리 영상에서 30분 넘게 휴대전화만 봤고, 우편물을 보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컨베이어벨트 위로 수많은 우편물이 그냥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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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편물이 다음으로 거쳐가는 X-RAY 검사실도 상황은 비슷했다.

관세청 직원이 X-RAY 화면이 아닌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로 카카오톡을 하거나 게임이나 주식을 하고 블루투스 이어폰까지 끼고 유튜브를 본다고.

관세청 근무체계에 따르면 근무시간과 쉬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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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켜봤던 전 인천공사 용역직원 A씨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 국제우편세관 직원들의 근무 실태를 매일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보했다.

A씨는 “모든 직원이 다 이렇기 때문에 저는 그냥 지나갈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촬영을 하다가 계속 촬영을 하게 됐죠. 언론에 보도돼서 이게 정말 잘못된 거라고 좀 알아줬으면 해요”라고 전했다.

특히 A씨가 제보한 영상 속 마약탐지견들의 모습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마약탐지견들은 직원들이 휴대폰을 보는 사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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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지침에는 20~30분 일하고 잠깐 쉬도록 되어 있지만 제보 영상에는 30~50분 동안 앉아있었다.

A씨는 “탐지견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걸 보니까 안타깝고 불쌍했다”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그동안 마약탐지견의 활약상을 자주 홍보해 왔다. 탐지견 훈련센터 운영 예산도 2018년 3억에서 올해 15억으로 훌쩍 뛰었다.

하지만 정작 탐지견들이 하는 일은 컨베이어 벨트 아래에서 멍때리는 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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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명견들에게 행하는 완벽한 학대” “군대에 있는 군견도 진짜 심각하다” “진짜 충격이다” “댕댕이들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싶을텐데” “어찌보면 탐지견이 저기서 가장 성실한 직원이었을 텐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관세청은 근무 태만 의혹이 제기된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의 세관장과 담당과장을 교체하는 인사를 했다고 5일 밝혔다.

우편검사과 근무자 51명 가운데 43명도 다음 주 초 교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