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우리 품으로 돌아오나…강제집행 나섰지만 회수 못 해 (+과정 정리)

By 연유선

문화재청이 대법원에서 국가 소유권을 인정받은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회수를 위해 최근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21일 문화계에 따르면 문화재청 문화재사범단속팀은 지난 5월 13일 훈민정음 상주본을 회수하기 위해 고서적 수집판매상 배익기(59) 씨의 경북 상주 자택과 사무실 등 3곳을 수색했다.

문화재청은 훈민정음 상주본 행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약 5시간 동안 수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은 한글의 창제 원리가 담긴 해례본의 현존하는 두 권 중 한 권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개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정부가 소송 끝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고서적 수집 판매상 배익기 씨(59)만 알고 있다.

상주본 소장자 배익기씨 /연합뉴스
살짝 불탄 상주본 / 배익기씨 제공

배씨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문화재청 측이 아무 예고 없이 사무실과 인근 가게 등을 수색했다”며 “사무실에 있던 고서 서너 상자 분량도 압류 처분했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런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상주본 소유권 등에 관해) 국회 청문회 등으로 누가 옳은지 밝히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차원에서 강제집행에 나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라며 “(보관)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강제집행 또는 압수수색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간송본(왼쪽)과 훈민정음 상주본/ 연합뉴스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경북 상주에 사는 배익기 씨가 훈민정음 해례본인 상주본을 공개했다.

간송본 이외에 또 다른 해례본이 존재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소장자인 배익기씨는 “집에 쌓여 있던 골동품 중에 우연히 이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골동품 판매상인 고(故) 조모 씨는 “고서 2박스를 30만 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며 배익기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조 씨의 승소로 확정됐다.

승소한 조 씨는 2012년 상주본 소유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 과정에서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3년 넘는 형사 재판 끝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배익기 씨는 무죄 확정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10월 배익기 씨는 “국가가 나서 1000억 원을 보상해주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당장 내놓겠다”고 말했다.

결국 문화재청은 2019년 조 씨가 소유권을 국가에 기증했으니 이를 근거로 상주본 강제회수에 나섰다.

그러자 배 씨는 국가를 상대로 강제 집행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 상주본을 훔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 씨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상주본의 소유권은 문화재청에 있음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훈민정음해례본이란?

훈민정음이라는 교과서가 있다면, 훈민정음해례본은 ‘사용설명서’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크게 본문인 <예의(例義)>와 해설서인 <해례(解例)>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해례본은 두 부가 존재한다.

1940년경에 경북 안동에서 발견돼 서울간송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훈민정음 간송본과 2008년경에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상주본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

문화유산은 단순히 그 유산의 값어치만 따질게 아니다.

그 문화유산을 알아보고 지켜냈으며, 많은 이들과 공유한 사람의 향기가 더욱 그 유산의 가치를 높인다.

하루빨리 상주본이 우리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세종대왕 표준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