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한국인인데 조용하게 밥 먹네?”
외국에서 살다 온 어느 한국인이 외국인 친구한테 들은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쩝쩝거리며 먹거나 파스타 같은 음식을 후루룩 먹어서 주위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
원래 우리나라에서도 음식은 조용히 먹는 게 예의다.
그런데 어쩌다 이런 모습이 한국인의 음식문화처럼 자리 잡게 된 걸까.
여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게 바로 ‘면치기’가 아닐까 싶다.
몇 년 전부터 음식 관련 방송이나 먹방 등이 유행했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큰 주목을 받았다.
최대한 많은 양을 한 번에 먹는다거나 면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 장면도 그때부터 볼 수 있었다.
특히 면을 끊지 않고 빨아들이는 것을 면치기라고 부르며 열광했고, 맛있게 먹는 모습의 상징이 됐다.
이를 본 외국인들은 기겁했다.
인기 유튜버 올리버쌤도 미국 식당에서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으면 예의 없다고 지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식탁에서 절대 소리 내지 않도록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면은 포크에 말아먹거나 끊어먹고, 소리가 날까 봐 빨대로 음료를 끝까지 마시지도 않는다고.
지난해 방송된 채널A ‘아이콘택트’에서는 소리 내서 음식을 먹는 시댁 어른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러시아 며느리의 사연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댄스 스포츠 선수인 샤샤와 댄스 파트너이자 남편인 진성민 씨는 댄스 학원 원장인 시어머니 조영희 씨의 집에 함께 살며 거의 24시간을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샤샤는 ‘문화 차이’는 물론 “사생활이 없다”는 이유로 분가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조영희 씨는 “한국 생활을 더 가르치고 내보내겠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분가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라면을 두고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는 식구들 사이에서 샤샤는 한숨을 쉬며 라면을 통 먹지 못했다.
결국 남편에게 “먹을 때 소리 내지 마. 일단 이거 매너 없고 쩝쩝 소리가 너무 짜증 난다”고 말했다.
조영희 씨는 “우리는 그게 맛있는 소리다”라고 하자 샤샤는 “한국에서도 매너 없다고 하던데”라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조영희 씨는 “라면 CF에서도 후루룩 소리 내잖아”라고 며느리를 설득했다.
지켜보던 MC들은 이를 ‘문화 차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워낙 소리 내서 음식을 먹는 모습이 자주 나오다 보니 TV로 한국을 접한 외국인들은 이를 한국 문화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리 내서 음식을 먹는 것이 ‘이제 한국음식 문화다’ vs ‘아니다’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누리꾼들은 “실제로 보면 눈살 찌푸려지더라” “면치기 극혐이다. 먹방이 국민들 버릇 버려놓은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의가 아니다” “이런 사람 같이 밥 먹기 싫다” “방송용이지” “언제부터 면치기가 한국문화였음???” “면치기 하면 안 되는 줄 처음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악습도 전통이라고 치면 면치기도 없어져야 할 새로운 문화가 아닐까”라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