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뒤 사고 현장에서 “재수가 없었다”라고 큰소리친 50대가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한 것.
앞서 A씨는 2020년 12월 21일 오후 7시 40분께 춘천시 근화동에서 무면허로 승합차를 몰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27)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
충돌 후 B씨가 27m가량 날아갔을 만큼 큰 사고를 냈으면서도, 경찰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A씨는 바닥에 앉아 “어휴 재수 없어, 재수가 없었어”라며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엿새 전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A씨는 마약 전과 8회에 무면허 운전으로 3번이나 처벌받은 전과가 있었다.
이에 재판에서 ‘사고 당시 A씨가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죄가 아니라,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사죄 성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전력만 가지고 피고인을 만성적 필로폰 남용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데다 탈진과 수면 부족 등 증상은 필로폰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양형에 있어서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징역 3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이 전혀 없는 반면, 피고인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약류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크며, 마약류 범죄와 교통법규 위반 범행을 단절하지 못한 채 누범 기간 중에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과 재범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