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관련해 가장 흔하게 보는 블랙박스 영상은 운전자 시점이다.
여기에서는 어디선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운전자를 식겁하게 하는 보행자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보행자들은 종종 고라니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정반대로 최근 보행자 시점에서 운전문화를 점검할 수 있는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횡단보도에서 죽고 싶지 않아’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우리 지역 뉴스크리에이터 양성 사업’ 지원을 받아 제작된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채널을 운영하는 성동욱 씨는 보행자의 권리를 빼앗긴 경험 때문에 이런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몇 년 전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집 근처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5분이 넘도록 길을 건너지 못했다.
어떤 운전자도 그가 길을 건널 수 있도록 차량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건널목은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통학이나 출퇴근하려면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 부조리함을 느끼고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도 넣어보고, 안전신문고앱으로 위반차량을 신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자 그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고발하는 영상을 찍기로 했다.
문제의 반여동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차량의 눈치를 보며 타이밍에 맞춰 빠르게 건널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길을 건너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고, 노약자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고 염려했다.
이런 상황은 부산 지역 다른 횡단보도도 마찬가지였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시민들은 차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혹은 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전력질주해 길을 건넜다.
특히, 부산 서면의 한 도로는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돼 있음에도 안내나 표식이 미비해 이를 모르는 시민이 많았다.
차량 운전자들은 오히려 보행자보다 빨리 지나려고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높이기도 했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향해 비키라는 듯 경적을 울렸다.
해당 채널 영상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누리꾼들은 “채널명부터 감정이입 됨” “이게 대한민국 현실” “너무 차들이 잘 다녀서 순간 무단횡단인 줄” “유럽에서는 보행자 지나갈 때 신호 받은 거처럼 다 정지함” “사람이 있으면 일단 제발 멈춰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일부 운전자들의 태도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