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 단속 첫날인 지난 12일.
전국에서 75명이 넘는 운전자가 새 규정을 어겼다가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7월부터 도로교통법이 바뀌면서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보행자가 있으면 반드시 멈춰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데도 일시 정지하지 않고 진행하다 적발되면 범칙금 6만 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3달간 계도 기간을 거쳐 본격 단속이 시작됐지만, 위반 차량은 적지 않았다.
단속 첫날 YTN 뉴스, 연합뉴스 등 다수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도심 교차로에서 한 운전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운전자는 우회전하면서 사람들이 걸어가는 건널목 신호등 녹색 불이 미처 바뀌기도 전에 가로질러 갔다.
운전자는 “(일시 정지) 까먹고 있었다. 여기에서 행사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차가 안 가길래.. 기다렸다가 가는 거다”라고 해명했다.
행사를 하는 줄 알았다는 운전자의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해당 교차로에는 단속 적발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 수십 명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기 때문.
단속 경찰관이 운전자에게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하자 기자들은 차량 가까이에 다가가 해당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언론사 기사 사진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고, 이 모습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짜 두 번 다시는 위반 안 할 듯”, “확실히 각인되겠다”, “거의 트라우마 수준인데”, “뭔가 몰카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적발 현장의 모습을 실제로 목격했다는 한 누리꾼은 “처음엔 연예인이 온 건가 오해했다. 저 근처에 있던 시민 분들도 누구냐고, 차 주변 기웃거리고, 우리도 보러 갈까 망설였다”라며 “위반하신 분도 잘못이지만, 저분 거의 10분이 다 되게 붙잡아놓고 기자들은 도로까지 내려와서 인터뷰하길래 경찰들이 모조리 철수시켰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 7월부터 석 달간 우회전 교통사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고, 사망자는 45% 줄었다.
경찰은 암행 감찰차 등을 활용해 단속을 강화하고,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우회전 신호등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우회전시 보행자 신호가 아닌 횡단보도 주변의 보행자를 확인해야 한다”라며 “보행자가 보이면 일단 멈추는 운전 습관을 생활화해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