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대화 녹음을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현행법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몰래 남의 대화를 녹음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당사자 간 녹음은 동의가 없더라도 합법이기 때문에 그동안 통화 녹음은 내부 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돼 왔다.
특히 갑질, 언어폭력, 협박, 성희롱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사회적 약자에게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고 폭로해 강자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였다.
이번 개정안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법 조항을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며, 대화 참여자는 대화 상대 모두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수정했다.
대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까지 마련됐다.
해당 법안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꼬집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플로리다를 비롯한 미국의 13개 주,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아이폰은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현행 법체계에 맞춰 삼성전자가 국내에 판매하는 스마트폰에는 통화녹음 기능이 있다.
통화 녹음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갤럭시폰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갤럭시 이용자들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이 ‘삼성페이’와 ‘통화 녹음’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MBC 뉴스에 갤럭시폰 고정 소비층이 탄탄하고 디자인이나 카메라 성능보다 핵심 기능도 아닌 ‘통화녹음’ 가능 여부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갤럭시폰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삼성을 쓰는 가장 큰 이유가 녹음기능 때문인데” “나한테는 핵심인데” “녹음 안 되면 갈아탈거임” “녹음이 아니면 왜 굳이…” 등의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3명 중 2명은 통화녹음 금지법을 반대한다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