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1조 3천억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마약사범이 붙잡혔다. 국내 마약 밀수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밀반입 필로폰 적발 배경에는 부산세관 직원들의 발 빠른 대응과 끈질긴 집념이 있었다.
1일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최혁)는 멕시코에서 소매가 기준 1조 3천억 원 상당의 필로폰 404.23㎏을 밀반입한 마약사범 A(3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 일당은 지난 2019년 12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멕시코에서 수입한 비행기 감속장치 부품인 ‘헬리컬기어’ 20개에 필로폰 400㎏ 이상을 몰래 숨겨 들어온 혐의가 있다.
이번에 압수된 필로폰은 1,35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고, 작년 한 해 동안 적발된 필로폰의 7배 규모다.
부산세관은 국내에 파견된 미국세관 직원으로부터 지난 5월 말 호주연방경찰이 한국에서 수출된 화물에서 필로폰을 적발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거짓 정보일 가능성도 있었으나, 부산세관 직원들은 곧장 수십만 건에 달하는 수출입 실적을 뒤지며 추적에 나섰다.
관련자들을 추려낸 뒤에는 화물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주말도 없이 한 달 이상 잠복근무를 했다.
결국 국내 인적이 드문 한 창고에서 필로폰이 숨겨진 헬리컬기어를 찾아냈다.
수사 결과 마약사범들은 멕시코에서 필로폰을 숨긴 헬리컬기어를 수입한 뒤 한국을 경유해 호주로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는 창고를 여러 차례 옮겨 다니며 물건을 숨겼다.
압수한 헬리컬기어에서 필로폰을 분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외국 마약 카르텔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헬리컬기어를 국내 한 공장으로 옮겨 절단한 뒤 필로폰을 빼내야 했는데 그동안 조사국 직원들은 방검조끼를 입고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무장한 채 공장 주변을 24시간 지켰다.
관세청은 마약 사범 검거에서 세운 공을 인정해 1일 이 주무관을 7급에서 6급으로 특별승진 임명했다.
정기인사와 별도로 직원 1명에 대한 특별승진 임명이 이뤄진 건 1970년 개청 이래 처음이다.
이 주무관은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고 승진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