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강원 강릉에서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질주하다 지하통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인 60대 여성은 크게 다쳤으며 함께 타고 있던 10대 손자는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지난 19일 방송된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이하 ‘한블리’)에서는 나날이 공포가 커져가는 급발진 의심사례를 조명하며 이 사고를 다뤘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6일 강릉 내곡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세종대왕의 이름인 ‘이도’라는 별명을 가진 다재다능한 아들, 12살 이도현 군.
8년간 도현이의 등하원을 책임진 할머니는 이날도 도현이를 태우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엔진에서 굉음이 발생하더니 이내 앞서 있던 경차를 들이받았다.
차량은 멈추지 않았고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도로를 계속 질주했다.
손주를 태운 차는 약 1km를 달린 끝에 왕복 6차선 도로를 넘어간 뒤 결국 지하통로에 추락하고서야 질주를 멈췄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에는 “아이고, 이게 왜 안돼. 오 큰일 났다”라며 손주를 애타게 부르는 할머니의 음성이 그대로 녹음되어 있었다.
도현 군의 아버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평소에 건강하셨고 차량 점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크게 다친 어머니를 위해 도현이의 사망 소식도 뒤늦게 알렸다.
사고 순간에도 오직 손자 걱정만 했던 할머니는 “내가 도현이 없이 어떻게 사냐”며 오열했다.
현재 할머니는 교통사고특례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 된 상황.
그러나 단순한 교통사고로 종결짓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사고 직전 갑작스럽게 들리기 시작한 굉음과 배기통에서 나온 의문의 액체, 도로에 생긴 스키드 마크, 충돌 후 과도한 연기 발생 등 수상한 흔적들이 발견된 것.
여러 안전장치가 설치되어있던 사고차에 아무런 경고음이 없었다는 사실까지, 모든 것이 차량 결함을 인정하는 반증으로 보였다.
직접 확보한 주변 CCTV와 블랙박스 등 57개의 영상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아버지는 자식을 잃은 것도 모자라 모친이 되려 가해자로 몰린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 제조사와 어려운 싸움을 하기로 결심했다.
한문철 변호사는 “이 사건이 만약에 경찰에서 할머니 잘못이라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된다면, 그리고 검사가 할머니 잘못이라고 법원에 기소한다면…제가 무죄 판결 받아오겠다“라고 선언하며 사고 가족에 힘을 보탰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재연 실험을 하는 등 사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과수의 정밀 감식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순쯤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