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중국대사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논란에 이틀 연속 입장문을 내놓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에 외교부는 “입장 표명에 신중하라”며 주재국을 존중하지 않은 외국 공관의 과도한 반응에 사실상 경고를 보냈다.
9일 주한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입장문에서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올림픽 전체를 비판하고 심지어 반중(反中) 정서까지 선동해 양국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중국 네티즌의 반격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엄중한 우려를 표하고, 엄정한 입장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한국 선수 2명을 실격시킨 판정을 놓고, 국내에서 편파판정 비판이 거세지자 정면 반박한 것이다.
주한중국대사관은 8일에도 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과 관련해 “일부 한국 언론이 억측과 비난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사관이 이틀 연속 입장문을 내는 것도, ‘엄중한 우려’ 등의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도 모두 드문 일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JTBC에 “그만큼 한국 내 분위기가 아주 이례적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도 한복이 등장했지만, 이런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는 것.
한·중 관계가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입장을 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사관이 주재국 국민의 여론에 공격적인 태도로 비판하고 나선 건 월권이자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리 외교당국은 중국 측에 신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주재국 언론보도와 정치인 발언 등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를 존중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내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주한중국대사관은 이날 돌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황대헌 선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대사관 대변인은 “황 선수와 한국 대표팀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싱하이밍 대사의 메시지를 전한다”라며 “한중 국민 간 우호 감정을 더욱 빛내 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황 선수의 성과를 부각시켜 모든 판정은 공정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