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한 중공군 미화 영화 ‘장진호’에 열광하는 중국

By 이서현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장진호’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 영화 사상 최대인 13억 위안(2천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개봉 나흘 만에 누적 관객 수는 2천700만 명을 돌파하며, 입장 수입은 이미 제작비를 넘어섰다.

이런 기세라면 기존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2’의 역대 최고 입장 수입 56억 9천만 위안(1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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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다.

장진호 전투는 인천상륙작전 직후인 1950년 11월 북진을 이어가던 미군 등 유엔군이 김일성 정부의 임시 수도였던 평안북도 강계를 공격하기 위해 장진호 일대까지 진격했다가 무려 12만명에 달하는 중국군에 포위돼 벌어졌던 전투다.

전멸 위기에 처한 유엔군은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흥남에 집결해 선박으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군 사상자는 1만 7천여 명에 달했다. 미국 언론은 ‘진주만 피습 이후 미군이 겪은 최악의 패전’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사실 중국군의 피해는 더 컸다. 추위에 동사한 사망자를 포함해 4만800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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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는 이 과정을 철저하게 중국의 입장에서 해석했다.

미군이 38선을 넘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해 중공군의 참전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하며 6·25전쟁을 미국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으로 포장했다.

영화에는 남북한 군인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미군과의 전투에만 집중했다.

미군은 압도적인 무기를 갖추고도 힘없이 무너지는 존재로, 중공군은 애국심과 투지로 똘똘 뭉친 존재로 묘사됐다.

또한 미군이 후퇴하던 도중 총을 든 채 동사한 중공군을 발견하고 “이런 강한 군대를 상대로는 이기기 힘들다”고 말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좌] 천카이거 감독 [우] 쉬커 감독 | 연합뉴스
영화는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영화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서극’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쉬커, 유명 홍콩 영화감독 단테 람 등 중국 본토와 홍콩의 거장 3명이 공동으로 연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런 중량급 감독들이 공동으로 연출하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다.

세 사람은 영화의 배경인 겨울에 촬영을 완성하기 위해 각각 전투장면, 스토리 완결, 중공군의 한국전쟁 참전 부분 등을 나눠서 동시에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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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도 호평을 쏟아내고 항미원조 정신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인민 군대의 뜨거운 애국심과 당·인민에 대한 충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영화 장진호는 국가 주권, 안보, 이익을 확고하게 지키고 경쟁자가 누구든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정신을 조명하고 있다”며 “중국인은 문제가 닥쳤을 때 주춤하지 않고 도발을 물리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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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서도 영화를 보고 울었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또 영화가 끝난 후 자리를 뜨지 않고 거수경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공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