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말을 잘 하시네요! 한국에 언제 오셨어요?’
일리야는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으면서 한국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밝히기 위해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일리야가 SNS에 쓴 글이 관심을 받았다.
일리야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 같은 백인 외국인을 보면 당연히 관광객 신분으로 또는 단기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왔겠지라는 선입견적인 생각에 빠지는 한국사람은 상당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외국인처럼 생긴 인간이 한국에 아예 정착해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신기하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면서 “한국은 이미 글로벌화가 되었지만 다수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는 아직 글로벌화가 덜 됐다는 건 개인적으로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일리야는 자신이 한국에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증명하기 위해 오래된 기억을 소환했다.
- 핑클이 막 해체하고 이효리가 솔로 데뷔해서 ‘10 minutes’ 싱글 발매했다
- 버스 요금은 700원이었다.
- 물론 파란색, 빨간색, 녹색 버스는 없었다. 다 녹색과 하얀색이 섞고 번호가 2자리수였다.
- 교통카드라는 개념이 없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 옆에 있는 철박스에 지폐나 동전 넣고 잔돈 받았어야 했다.
- 분당선, 신분당선, 9호선, 공항철도 없었다.
- 1호선은 수원역까지만 운행했다.
-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가 없었다.
- 핸드폰 번호는 011 (SK), 016 (KTF), 019 (LG)로 시작했다. 내 생의 첫 핸드폰은 흑백 폴더형 모토롤라였다. 019이었다.
- 청계천이 없었다. 고가도로였다.
- 온 대한민국이 ‘천국의 계단’을 보면서 최지우와 함께 엉엉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일부러 교통사고로 자살하면서 자기 눈을 최지우한테 이식 기증했다는 줄거리는 어이 없으면서도 보면서 울었다.
- 천원 지폐는 적색이었다.
-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학생 2명 압사 사건 때문에 연세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반미 시위를 하고 있었다.
- 영화관에서 ‘장화 홍련’, ‘동갑내기 과외하기’, ‘살인의 추억’, ‘여우계단’, ‘4인용 식탁’ 영화들이 개봉했다.
- 어학당 첫학기 중간고사 치르고 우리 반 친구는 우리 한국어 선생님이랑 같이 노래방 가서 그해 히트 오브 히트인 ‘올인’ ost ‘처음 그날처럼’을 불렀다.
- 미세먼지는커녕, 황사라는 컨셉이 신기하고 새삼스러웠다.
끝으로 일리야는 “내가 한국에 오래 살았는지 구독자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일리야의 글을 읽은 한 누리꾼은 “그 기분 이해한다. 그런데 저도 30년째 미국에 살고 있고, 특히 제 친구들은 미국에서 태어났는데도 매번 어디서 왔냐, 얼마나 살았냐, 영어는 어디서 배웠냐 등을 묻는다”면서 “꼭 한국에서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른 누리꾼들은 “공감이 가는 글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일들이 많다”, “내가 태어난 것보다 오래 계셨네” 등 여러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