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빵 먹을 수 없어”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에 ‘SPC’ 불매운동

By 이서현

사망 재해가 발생한 에스피씨(SPC)그룹 계열의 평택 SPL 제빵공장에 대한 각계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도 급속히 확산 중이다.

누리꾼들은 SPC 그룹의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브랜드를 공유하며 불매운동에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JTBC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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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점과 함께 사고 이후 회사 측의 대처가 불매운동에 불을 지폈다.

사망한 노동자 A씨(23)는 지난 15일 새벽, 평택 SPL 공장 샌드위치 소스 배합 공정에서 일하던 중 소스를 혼합기에 붓다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 변을 당했다.

노조 측은 A씨가 당시 10~20㎏의 소스통을 붓다가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기계에 빨려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작업은 2인 1조로 하게 되어있지만, 사고 당시 다른 근무자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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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측은 “옆에서 누가 정지 버튼만 눌러줬어도 사망사고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잦은 이동 등으로 변수가 많아 3인 1조가 되어야 상시 2인 작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SPC 관계자는 “‘2인 1조’는 공정 자체에 대한 2인 1조를 의미하는데, 기계 옆에 2명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사고 당시 혼합기 덮개는 안 덮여 있었고 사람이 들어갈 경우 가동이 중단되는 안전장치도 없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규칙에는 분쇄기와 혼합기 등을 덮개 등을 설치하고, 덮개가 열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방호 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SPC 측은 사고가 난 기계는 공정상 덮개가 열려 있어야 하고 속도가 느리고 규격도 작아 안전장치까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YT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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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다음 날, 회사 측은 아직 혈흔이 남은 사고 현장을 덮개로만 가린 채 공장을 가동했다.

A씨 시신을 수습한 동료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했지만, 대부분 바로 작업에 투입됐다.

한 동료직원은 “사람이 죽은 상태에서 그걸 보면서 작업한다는 게 도저히 참을 수 없더라. 바로 하루 전에 돌아가셨는데”라고 비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동부는 16일 오후 뒤늦게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도 권고했다.

SNS에 공유된 SPC 브랜드 목록 | 트위터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SPC 브랜드를 정리한 이미지와 함께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이번 사건으로 SPC 식품을 먹는다는 건 노동자의 피와 살을 씹어먹는 것 같아 앞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SNS

한편, 사망한 A씨는 정규직으로 입사한 지 2년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형편을 때문에 대학을 포기했던 A씨는 홀로 어머니와 동생을 부양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