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우크라 마을 찾아와 ‘위로의 벽화’ 몰래 그려 놓고 사라진 뱅크시

By 이현주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을 곳곳에 이름 모를 벽화가 발견됐다.

위로 메시지가 담긴 벽화는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 뱅크시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벽화 사진 3장을 올렸다.

뱅크시 인스타그램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 위에 물구나무를 선 모습의 체조선수 그림이다.

바닥을 짚고 있는 선수의 양팔에선 넘어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벽화 사진과 함께 ‘보로디안카, 우크라이나’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보로디안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있는 도시로, 지난 2월 전쟁 초기 러시아 폭격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

뱅크시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벽화들 | 연합뉴스

그간 뱅크시는 벽화를 그린 후 자신의 SNS에 올려왔다.

이번에도 보로디안카를 직접 방문해 벽화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뱅크시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벽화들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뱅크시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벽화들 | 연합뉴스

보로디안카의 한 건물 벽면에는 어린 소년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닮은 거구의 남성을 엎어치기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수도 키이우 콘크리트 방호벽에는 어린이 두 명이 시소를 타고 노는 모습의 벽화도 발견됐다.

이 벽화들은 뱅크시의 SNS에 올라오지 않아 그의 작품 여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뱅크시의 화풍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시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벽화들 |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벽화를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기도 했다.

폐허 속 벽화가 건네는 작은 격려와 위로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한편, 영국 출신으로 알려진 뱅크시는 전 세계 도시의 거리와 벽 등에 그라피티를 남기거나 유명 미술관에 자기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 유명하다.

주로 전쟁과 난민, 불평등, 비인간성, 자본주의, 권위주의, 기후 온난화 같은 사회적 주제를 다루며 비판적 메시지를 전한다.

뱅크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000만 명대로 생존하는 화가 중 가장 인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