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촬영을 하며 일부러 넘어뜨린 말이 결국 죽음에 이르러 논란이 일고 있다.
KBS 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0일 KBS는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라며 “사고는 지난해 11월 2일, ‘태종 이방원’ 7회에서 방영된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어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라며 “이 때문에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촬영 이후 말은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말의 상태를 걱정하는 시청자의 목소리에 말의 상태를 다시 확인했고, 촬영 일주일 후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KBS는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라며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라고 전하며 재차 사과했다.
앞서 지난 19일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KBS1 ‘태종 이방원’ 관련 자료를 배포하면서 촬영 중 동물학대가 이뤄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뒷다리에 줄이 묶인 채로 달리던 말이 일정 지점에서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이 담긴 촬영장 영상을 공개했다.
쓰러진 말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고, 말에 타고 있던 배우도 심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촬영 직후 그 누구도 말의 상태를 확인하는 이는 없었다”며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이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촬영 현장에서의 동물학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 강령을 살펴본 결과 동물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연이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 할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동물 배우’의 안전이나 복지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라고 했다.
동물자유연대가 문제를 제기하자, 온라인상에서는 당연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했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이 실제로 말을 쓰러트린 데다 이후 말이 사망한 것까지 알려지면서 충격을 안겼다.
누리꾼들은 “저 한 장면 찍겠다고 말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야 했나” “드라마 폐지해라” “해명이 더 어이없네” “총 맞는 장면 찍으면 실탄 쏘겠네” “얼마나 명장면을 찍겠다고” “CG가 괜히 있나?”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