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는 두고 색깔만” 왕릉 경관 망친 아파트 건설사 개선안 보류

By 이서현

조선 왕릉 경관을 훼손한 아파트 건설업체들의 개선안이 결국 보류됐다.

지난 28일 문화재청은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낸 개선안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허가 없이 건설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안건을 다룬 문화재위원회 궁능분과와 세계유산분과의 제2차 합동 심의를 이날 개최하고 이같이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금번 제안한 안(아파트 건설사 측 개선안)으로는 역사문화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추후 소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보류’됐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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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부터 장릉 앞을 가리는 고층아파트 공사를 벌여온 업체는 대방건설·대광이엔씨·금성백조다.

이 업체들은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현상변경 기준은 높이 20m이지만 모두 개별 심의 신청을 하지 않고 70∼80m 높이로 아파트를 지었다.

지난 12일 문화재청에 제출한 개선안에 아파트 외벽 색상과 마감 재질 등만 언급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세 업체는 마감 색상을 장릉을 강조하는 색으로 칠하고, 야외에 육각 정자를 두겠다고 제안했다.

또 연못·폭포 조성, 아파트와 지하 주차장에 문인석 패턴 도입, 기와지붕 등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건설사 관계자 일부는 “철거했을 경우를 시뮬레이션으로 돌린 결과, 검단신도시에 이미 지어져 있는 29층 아파트가 있어, 이번 세 단지의 아파트를 철거하더라도 장릉과 계양산을 잇는 풍수지리적 요소는 여전히 제한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주장을 확인할 시뮬레이션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결과가 나오는 11월 초순까지 안건에 대한 결정을 보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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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지난 6일 YTN과 인터뷰하며 건설사들이 이미 개별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강행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공고에도 나왔고 법무팀도 있고. 그런데 이걸 그냥 강행한 거죠. 이건 무슨 얘기냐면 짓고 보자. 짓고 나면 이것에 대해서 별로 터치를 못 할 거라고 얘기하며”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 취소도 충분히 가능하고, 특히 일본하고 중국에 우리는 신경 써야 된다. 군함도 때 우리 한국 사람들 굉장히 신경 많이 썼고 일본도 지금 이 상황을 다 관찰하고 있다. 그다음에 동북공정 때문에 중국의 문화유산, 김치 이런 거 가지고 신경을 많이 썼지 않았냐. 중국하고 일본에서 우리 상황을 가만히 녹록하게 보지 않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후 모습 [좌] 한국관광공사 [우] SBS 뉴스
한편, 지난 2009년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40기는 한꺼번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인조의 무덤인 파주 장릉에서 김포 장릉, 그리고 김포 장릉 인근의 계양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도록 왕릉이 조성된 경관 덕분이었다.

해당 아파트로 인해 경관이 훼손된다면 장릉과 함께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