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2m 장검 ‘국보’로 승격된다

By 연유선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문화재청은 충무공 이순신의 기상과 위엄이 서려있는 ‘이순신 장도'(李舜臣 長刀)를 국보로 지정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국보로 지정 예고된 ‘이순신 장도’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됐던 두 자루의 칼이다.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한 쌍(장도1, 장도2)이 각각 칼집을 갖추고 있고 칼의 길이는 2m에 달한다.

장도1과 장도2의 칼자루는 모두 나무에 어피(魚皮)를 감싸고 붉은 칠을 했다. 칼자루를 잡았을 때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칼자루의 일부분에 직사각형의 금속판을 댄 후 검은 칠을 한 가죽끈을 X자로 교차해 감았다. 외날의 칼날은 칼등 방향으로 조금 휘어 있고 칼날의 단면은 육각도 단면이다.

장도 1의 칼날 위쪽 부분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 ‘삼척서천산하동색'(三尺誓天山河動色·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이, 장도 2의 칼날 위쪽 부분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一揮掃蕩血染山河·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이충무공전서'(1795)의 기록과 일치한다.

칼자루 속 슴베(칼 따위의 자루 속에 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에 새겨진 ‘갑오사월일조태귀련이무생작'(甲午四月日造太貴連李茂生作·갑오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이라는 글귀로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다.

문화재청

학계에서는 2m에 달하는 칼의 길이를 고려하면 실제 전투에서 쓰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칼집에서 칼을 빼내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물 현장 조사에 참여한 이상훈 전 육군박물관 부관장은 “실전용으로 쓰기보다는 의장용이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두는 용도로 썼으리라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물로 보물로 지정돼 있는 ‘요대’.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이순신 장도’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가 ‘이충무공전서’ 기록과 일치하는 등 이순신의 역사성을 상징하고,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며, 조선 도검의 전통 제작기법에 일본의 제작기법이 적용된 양상을 밝힐 수 있는 자료이자, 다양한 전통공예의 조화로운 활용과 세련된 조형감각 등 수준 높은 제작기술과 예술성으로 국보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보·보물로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