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태원파출소 경찰관 가족들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먼저 참사 희생자와 그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 뒤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했다고 발표하고 치워버리려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 발생했을 때 바쁘게 일하지 않은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라며 “다만 인력이 없어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동대에 출동 요청을 계속했지만, 윗선에서 무시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밤새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 고생했지만 정작 경찰들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라며 “현장에 계셨던 경찰관, 소방관분들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트라우마 치료받아야 한다지만 제 가족은 PTSD 신경 쓸 겨를도 없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장 징계받지 않을까,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라며 “최선을 다해서 윗선 지시대로 일했는데 막상 문제 생기고 나니 내 탓이라며 나부터 징계받고 잘린다고 생각해봐라.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글을 올린다”라고 썼다.
끝으로 A씨는 “제발 이 사고가 경찰 탓이라고 하지 말아 달라”라며 “그들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참사 현장에서 목이 쉬도록 소리치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태원파출소 소속 김백겸 경사의 모습도 영상으로 퍼지며 큰 울림을 줬다.
그토록 최선을 다했지만 김 경사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으로 더 많은 시민을 살리지 못해 죄송하고 면목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중 4건의 신고에만 현장에 출동했다.
시민들의 급박한 구조 요청이 쏟아졌지만, 경찰이 부실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경찰청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선 파출소를 포함한 감찰 작업에 착수했다.
112 신고에 대응했던 경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선 현장 경찰관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