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베네수엘라 일부 지역에서는 제 기능을 못하는 공식 화폐 대신 금을 거래에 쓴다고 한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게 다른 곳에서는 이미 1세기 전부터 금을 더는 교환수단으로 쓰지 않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에선 요즘 다시 (금을 이용한 거래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공식 화폐는 ‘볼리바르’다. 하지만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제 위기와 멈출 줄 모르는 물가 상승으로, 자고 일어나면 가치가 뚝뚝 떨어지는 볼리바르는 신뢰를 잃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보다 안정적인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화폐는 ‘미국 달러’다. 현재 베네수엘라 전체 거래의 60%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다.
브라질 접경 지역에서는 브라질 화폐 ‘헤알’, 콜롬비아 접경 지역에서는 ‘페소’가 쓰이고 있다.
금 매장지역인 베네수엘라 남동부에서는 ‘금’을 쓴다.
이곳 주민들은 여러 화폐 중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금’을 잘게 조각내 몸에 지니고 다닌다.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가 금을 싸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투메레모 마을에서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아주 작은 금 3조각을 낸다. 5달러(약 5,400원) 정도인 금 8분의 1g이 이곳에서의 이발 가격이다.
또한, 호텔 1박에 금 0.5g, 점심 가격 0.25g, 하다못해 슈퍼의 탄산음료마저도 금을 주고 거래한다.
상점에서 금 무게를 재는 작은 저울이 하나씩 있고, 금 지불이 익숙해진 지금은 눈대중만으로 금의 양을 가늠할 수 있을 정도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다만 손님이 볼리바르로 지불하는 것을 거부하면 불법이다.
이에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그날 받은 볼리바르를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써버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