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로 인한 초미세먼지는 시야를 가려 운전이나 항공 운항에 불편을 준다.
농도가 짙은 날에는 하늘이 온통 잿빛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초미세먼지가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꿀벌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기 전후, 꿀벌의 비행시간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 농도가 1㎍/㎥ 증가하면 꿀벌이 꽃꿀을 얻기 위해 식물을 찾는 시간이 32분 지연됐다.
보통 대기 상태에서 꿀벌의 평균 비행시간은 약 45분 정도이고,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면 77분으로 1.7배 정도 증가했다.
비행시간이 증가하는 이유는 초미세먼지가 태양 빛을 산란시켜 꿀벌이 위치를 찾는 생체 내비게이션을 교란하기 때문.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꿀벌은 태양의 위치와 목적지의 각도를 비교하면서 날아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태양광의 빛이 있을 때 가능하다”면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태양의 위치를 잡지 못하고, 꽃과의 각도를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한 번 노출된 꿀벌은 공기가 좋아져도 벌통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꿀벌이 길을 잃어 꿀을 제대로 얻지 못해 생존을 위협받게 되는 것.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반에 연쇄적인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중국 북경식물원에서 2017년 4월 27일부터 5월 7일까지 꿀벌 400마리에게 무선주파수 식별장치(RFID)를 표식한 뒤 고농도 초미세먼지 발생 전후 꿀벌의 비행시간을 비교한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대학교 정수종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생태와 진화 분야의 저명 국제 저널(Ecology and Evolution)에 지난 1월 23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