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일렬로 반듯하게 드러누운 고양이들.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탕핑주의’를 묘사한 그림이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행동할 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며 중국 청년들이 ‘탕핑주의’를 외치고 있다.
또한 ‘탕핑주의’가 중국 정권에 매우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탕핑주의는 ‘눕다’라는 뜻의 ‘탕(躺)’, ‘평평하다’라는 뜻의 ‘핑(平)’이 합쳐진 말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뜻이다.
지난 4월 한 중국 누리꾼이 온라인 카페에 올린 “탕핑은 곧 진리”라는 제목의 글에서부터 비롯됐다.
해당 글에서 누리꾼은 “지난 2년간 일하지 않고 놀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산주의 사회에 완벽 적응한 기성세대가 우리(청년층)에게 강요하는 삶의 방식과 사상을 거부한다”며 “주체적인 사고로 세상을 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SNS상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뒤이어 중국 누리꾼들은 ‘탕핑주의’를 묘사한 그림이나 ‘짤'(짧은 영상)을 게시하며 현실을 풍자했다. 또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탕핑’의 방법들도 제안했다.
“일하지 않고, 집을 사지 않고, 쇼핑하지 않고, 소비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고, 욕구를 낮추고,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생존을 유지한다”
그러나 일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1년에 한두 달 정도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하면서 1년을 생존하는 식이다.
재미 중국 문제 전문가 알렉산더 랴오는 “청년층을 경제적 궁핍에 빠뜨린 뒤 대중매체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무관심하게 만들려는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며 청년들이 내놓은 궁여지책”이라고 평가했다.
사회가 시키는 대로 수동적으로 살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의지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게 중국 청년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 바로 ‘탕핑’이다.
지금까지 중국 청년층은 애국주의, 국수주의 선동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었다.
인플루언서와 인터넷 여론조작부대(일명 우마오당)의 공작에 상당수 젊은이들은 반일, 혐한, 반미를 외치며 각종 보이콧 운동에 동원됐다.
한편 중국 정부와 언론은 초기에는 청년들을 타이르는 어조로 대응했으나, 탕핑주의의 반향이 커짐에 따라 중국 정부의 태도는 갈수록 엄격해졌다.
중국 언론들은 “탕핑족은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드러눕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탕핑주의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랴오는 “탕핑주의 앞에서 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언론을 통해 비판하고 수치스럽다고 몰아세우는 것뿐”이라며 “하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탕핑족은 이미 귀를 막고 사회적 체면에 얽매이지 않기로 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탕핑은 정치운동이 아니지만, 오히려 대만 독립이나 홍콩 독립 같은 정치적 운동보다 독재체제에는 더욱 치명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