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여름 징역살이의 고통을 토로한 대목이다.
모로 잠을 누워야 할 만큼 좁은 감옥에서는 옆 사람의 체온까지 더해지니 그만큼 더 힘들 수밖에.
올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전력 수요는 6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정시설에 있는 수감자들은 선풍기로 이 무더위를 버텨야 한다.
이 때문에 매년 여름이면 교도소에도 에어컨 설치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교도소 에어컨 설치 철회’ 청원이 올라오면서 더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청원인은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에어컨을 설치할 예정이며 예산도 내려왔다고 들었다”라며 “선량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시민들과 범죄 피해자들의 인권은 덜 챙기면서 수용자들의 인권만 생각하나”라고 주장했다.
이후 비슷한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도소 에어컨 설치 찬반에 관한 게시물이 공유됐다.
온라인상에서는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과 더위는 징벌이 아니므로 최소한의 여지는 줘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논란이 일자 법무부는 “에어컨 설치 계획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다. 근무지 냉방을 수용실 냉방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9년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무더위에 교도소 수용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냉방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민변은 “혹서기에 교정시설의 실내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2016년 9월 부산교도소에서는 조사수용실에 갇힌 두 명의 수용자가 하루 간격으로 잇따라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이는 폭염으로 인한 수용자들의 건강권 침해에 대해 교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부산지법도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교도소 에어컨 설치 여부에 대한 게시물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됐다.
누리꾼들은 “솔직히 선풍기도 사치라 생각되는데” “범죄자 인권 챙기기 이전에 죄 안 지은 사람들 먼저 챙겨줘야지” “쪽방촌 어르신들한테나 해줬으면” “경범죄 정도면 모르겠는데 중범죄면 반대” “여름에 시원하게 지내고 싶으면 죄를 짓지 말든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는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기는 하다” “폭염에는 진짜 더위 먹거나 열사병 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30도 웃도는 날은 필요할 것 같음”이라며 에어컨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