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피해자 배상금 ‘대납’하겠다는 한국 결정에 성명 낸 日지식인들

By 이서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금을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 재단이 대납하기로 하자, 일본의 지식인들이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2일 일본 전범기업 대신 ‘제3자를 통한 변제’를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변제를 담당할 ‘제3자’는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될 예정이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병존적 채무 인수, 즉 한일 기업의 기부만으로 재원을 조성해 재단이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대신 갚는 안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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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 회장 정진석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발제를 맡은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채권 채무 이행의 관점에서 판결금은 법정채권으로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제3자가 변제 가능하다는 점이 검토됐다”라며 “강제징용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한일 양국 간 현안으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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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일본이 이미 표명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을 성실히 유지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일본의 직접적인 사과보다 기존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 입장을 내놓는 것을 확인하는 정도로 가닥을 잡을 것을 시사했다.

여기서 판결금은 지난 2018년 우리 대법원이 일본제철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2곳에 내린 판결에 따른 배상금이다.

당시 법원은 이들 기업에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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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피해자 동의가 전제되지 않고 일본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소식을 접한 일본의 학자와 작가, 법률가 등 지식인 94명도 한국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성명을 발표 중인 일본 소설가인 나카자와 게이 호세이대 교수 | 연합뉴스

소설가인 나카자와 게이 호세이대 교수,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사무국장, 오카모토 아쓰시 전 월간 ‘세카이’ 편집장은 지난 16일 도쿄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피해자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피고 기업이 사죄하지 않고, 한 푼의 배상금도 내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 배상 해법에 반대 입장 설명하는 오카모토 아쓰시 전 ‘세카이’ 편집장 | 연합뉴스

이어 일제강점기에 일본 정부와 기업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조선인을 데려가 환경이 열악한 탄광과 군수공장 공장 등에서 일하게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는 어디까지나 일본 기업”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자를 내버려 둔 해결은 오히려 해결을 포기하는 것이며, 화근을 남길 뿐”이라며 “일본 정부와 피고 기업은 피해자의 생각을 진지하게 수용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