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7시 45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평소라면 1분도 안 돼 출발했을 전동차가 10분 넘도록 멈춰 섰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로 전동차 문을 막아서며 기습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 예산안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데 항의하기 위해서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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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장애인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공장소에서 휠체어를 탄 이들을 볼 수 없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휠체어를 타고서는 도저히 이동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애인을 위한 지하철 엘리베이터임에도 장애인이 타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지 보여주는 게시물이 공유됐다.
게시물은 지난 1월 유튜브 채널 ‘함박tv’에 ‘혈압상승 주의! 엘리베이터에서 역무원이 버럭한 이유는? 사회인식개선’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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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이용하는 유튜버는 지하철 역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한 어르신이 휠체어를 탄 유튜버를 먼저 태워주려고 하면서 난데없는 말다툼이 시작됐다.
“다 못 타겠네”
“아이, 다음에 타면 되지. 남는 게 시간인데”
“아저씨 아저씨는 남는 게 시간인지만 저 아줌마들은 바쁘다고 하잖아요”
“아 휠체어가 먼저지”
“그래도 순서대로 이양반 순서를 기다리려고 그러는데. 먼저 타려고 막 그러는 거. 아저씨는 시간이 남지만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요”
“휠체어가 먼저지. 인간의 도리라고 해. 도덕”
“아~ 그만하세요”
“도덕! 도리!”
“도덕 도리고 그만해. 그만!”
“자기 혼자서…자기껀가! 뭐!”
“아니~ 도덕과 도리가 있는거지, 휠체어가 먼저고”
“아후~ 마누라 피곤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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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배려하려던 어르신은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당했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유튜버도 민망한 상황이 됐다.
이 유튜버는 또 다른 역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지하 2층에서 볼일을 보고 지하 3층 승강장으로 이동하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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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 엘리베이터는 만원이었고, 시민들은 그를 보고도 문이 닫히기를 기다릴 뿐 아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그렇게 20분 동안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다 결국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역무원은 유튜버를 보더니 사람들에게 내리라고 말하지 않으면 못 탄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때, 위층으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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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있던 한 여성은 “여기서 못 타는데.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친절히(?) 알려줬다.
역무원은 “여기 승객이 쓰러져서 119가 왔는데도 안 내리신다”라며 유튜버에게 재차 사람들에게 내리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잠시 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안은 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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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원은 “나와주세요. 이분 20분 기다렸어요”라며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제야 유튜버는 가까스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성공했고 승강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누리꾼들은 “아직도 멀었다” “휠체어 이용자 편의를 위해 설치한 엘리베이터인데”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