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과로한 한국인들이 ‘펫락’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라며 한국에서 작은 돌을 동물처럼 키우는 현상이 유행하고 있다고 주목했다.
WSJ는 기사에서 ‘반려돌’이 한국에서 유행한 ‘가상 장례식 체험’이나 ‘멍때리기 대회’처럼 바쁜 한국인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또 하나의 ‘특이한’ 방법이라고 봤다. 이어 한국인들이 “산업화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다”면서 이들이 변하지 않는 고요함을 찾아 돌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30세 이모씨는 WSJ에 “종종 직장에서의 힘든 일을 내 돌에 털어놓곤 한다”며 “물론 무생물인 돌이 내 말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한국에서 반려돌 인기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2021년이다. 당시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자신이 기르는 반려돌을 직접 공개하며 더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한다.
돌을 반려동물처럼 키운다는 개념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75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한 광고회사 중진이 작은 돌을 상자에 담아 선물처럼 판매하는 ‘펫락'(Pet Rock)을 선보여 유행시켰다.
당시 그는 30여 쪽의 ‘펫락 훈련교본’까지 만들었는데 이 교본에는 펫락 돌보는 법, 재능과 특기, 길들이는 법, 훈련시키는 법 등이 담겼다. 그해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개당 3.95달러에 약 150만개가 팔렸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는 펫락이 선물 받는 사람을 놀리려는 일종의 장난처럼 유행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힐링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진국 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교수는 WSJ에 “지난 수 세기 동안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사회에선 안정과 영원을 상징하는 관상용 돌 ‘수석’을 소중하게 여겼다”며 “바위는 변하지 않아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