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50대 여성이 두 번의 요청 끝에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28일(현지 시간)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콜롬비아 법원은 마르타 세풀베다(51)의 안락사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세풀베다는 48시간 이내에 관계기관과 협의해 안락사 일시를 결정하게 된다.
세풀베다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을 앓고 있다.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서서히 몸이 마비되다가, 사망에까지 이르는 퇴행성 질환이다.
2018년 첫 진단을 받은 세풀베다는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가, 지난 8월 안락사를 요청해 첫 번째 허가를 받았다.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말기 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세풀베다는 말기 환자가 아님에도 안락사를 허가받은 첫 사례였다.
앞서 지난 7월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말기 환자가 아니더라도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심각한 난치병 환자도 안락사 허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세풀베다가 결정한 날은 지난 10월 10일. 죽음을 앞두고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아닌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세풀베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겁쟁이일 수도 있지만 더는 고통받고 싶지 않다. 이제 지쳤다”며 “안락사 허가를 받은 후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이전보다 더 많이 웃고, 잠도 잘 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36시간 앞두고 의료 당국은 결정을 뒤집었다. 세풀베다의 상태가 결정 당시보다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풀베다는 다시 한번 안락사를 요청했고, 법원이 요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그는 두 번째 안락사 날짜를 받게 됐다.
두 번의 투쟁 끝에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권리를 얻은 것이다.
한편 콜롬비아는 1997년 안락사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고, 2015년 안락사가 법제화된 뒤로 지금까지 157명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생을 마감했다.
현재 콜롬비아, 캐나다,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 안락사가 허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