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주차장이 침수돼 차량을 아파트 앞에 세워둔 한 차주가 위반 과태료를 내게 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의 50대 남성 A씨는 지난 8일 주차장이 물에 잠기자 차를 아파트 앞에 세워뒀다가 4만원 주정차 위반 과태료 고지서 받았다.
그는 “정부가 폭우 대책을 소홀히 해 침수 피해를 당했는데 딱지까지 뗐다”고 호소했다.
A씨처럼 차량을 밖으로 꺼낸 이 아파트 다른 주민들도 같은 스티커를 발부받았다.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서울에는 역대급 폭우로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아 이를 피하려고 일부 운전자들이 A씨처럼 인근 도로에 주차를 해두기도 했다.
이 기간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평소처럼 주차 단속을 진행해 총 5천270대 차량에 과태료 고지서를 발부했다.
재난 상황을 반영한 별도 지침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메뉴얼에 따르면 폭설·폭우 때도 단속을 진행한다”라며 “통행을 막아 교통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등 상황에 대해서 단속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우를 피해 차량을 불가피하게 도로에 주차한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자치구 관계자도 “사고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물난리에도 어쩔 수 없이 주정차 단속을 했다”고 해명했다.
차량이 불법 주차돼 있으면 오히려 더 위험하기 때문에 단속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재난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주정차 단속에 나선 요원들의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온라인상에서는 “하천 넘친다고 문자 와서 고지대로 옮겨놓으니 주차위반했다고 문자 오더라” “딱지 붙일 시간에 배수관 정리를 하면 어땠을까” “재난상황에 주정차 단속이라니” “융통성이라고는 없다”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반면 일부는 “자기 차 침수된다고 불법 주정차하면 2차 사고 날 수도 있다” “불법 주정차 방치하면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될 것” “나중에 사유 확인해서 면제해 주는 식이 맞는 듯”이라며 재난 상황에도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