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운전 경험이 전혀 없는 승객이 의식을 잃어가는 조종사 대신 비행기를 비상 착륙시켰다. 무전을 통해 들은 관제사의 친절한 설명 덕분이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전날 정오쯤 플로리다 동부 해안 포트 피어스의 항공관제탑에 무전이 날아들었다.
“비상 상황입니다. 조종사가 의식을 잃었어요. 그런데 저는 비행기를 운전할 줄 몰라요”
바하마에서 미국 플로리다로 향하는 세스나 208 캐러밴 항공기를 조종하던 조종사가 갑자기 의식을 잃는 비상 상황이 벌어졌고, 승객 대런 해리슨이 무전으로 관제소에 상황을 알린 것이다.
교신을 받은 경력 20년의 베테랑 관제사 로버트 모건은 해리슨에게 위치를 물었지만, 해리슨은 “모르겠어요. 저 앞에 플로리라 해안이 보여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모건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해당 비행기를 몰아본 적 없었기 때분이다. 모건은 교육용 책자에 실린 해당 기종의 조종사석 사진을 펼쳐놓고 해리슨에게 안내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해안을 따라가고 있으면 우리가 레이더로 당신을 찾겠습니다”
4분 뒤, 관제소는 레이더로 해당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했다.
문제는 착륙이었다. 한 번도 비행기를 운전해본 적 없는 해리슨이 착륙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시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건은 무전으로 비행 방법을 설명하면서 비행기를 팜비치 국제공항으로 인도했다. 모건은 방법과 순서를 알려주었고, 해리슨은 침착하게 지시를 따랐다.
조금 흔들리긴 했지만, 마침내 비행기가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결과였다.
당시 교신을 실시간으로 들으며 착륙을 지켜보던 다른 비행기 기장들은 “방금 승객이 비행기를 착륙한 건가? 세상에, 정말 잘했군요”라고 감탄했다.
모건은 “휴식시간에 책을 읽고 있었는데 동료가 비행기 착륙을 도와야 한다고 소리쳤다”며 “해당 비행기가 잘 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는 승객을 진정시켰고 활주로를 따라 착륙할 수 있도록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항공 전문가 존 낸스는 “비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해당 기종만큼 복잡하고 큰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켰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팜비치 소방구조대는 비행기가 착륙한 뒤 조종사를 병원으로 옮겼으나 어떤 이유로 조종 중에 의식을 잃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 NEW VIDEO: Watch the intense moments as a passenger lands a plane after the pilot was “incoherent.” Hear how the air traffic controller describes what it was like to talk him through it: https://t.co/W5I7NneRZM pic.twitter.com/GuR0Ws0ntL
— WPBF 25 News (@WPBF25News) May 1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