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심한 사과’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됐던 서울의 한 카페 측이 예약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한 게 발단이었다.
이를 본 일부 고객이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에 “심심한 사과,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매우 깊고 간절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심심(甚深)’이란 뜻을 지루하다는 의미로 오해해 불만을 터뜨린 것.
문해력 저하 논란이 불거졌고, 각종 조롱과 비난이 쏟아졌다. 정치권도 논평에 가세했다.
이와 관련해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상진이 “조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소신을 밝혔다.
오상진은 24일 SNS에 글을 올리며 “문제는 지나친 자기 확신과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오만이 부딪혔을 때 발생한다”라며 고객을 상대하는 업체가 사과하면서 조롱할 이유는 없다. ‘심심한’이란 말이 거슬릴 수도 있었겠지만, 순간의 화를 누르고 사전을 한번 찾아봤다면 이런 갈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조롱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마이클 샌델은 학식을 갖춘 이들의 거드름과 무시가 사회의 갈등을 격화시켰다고 분석했다. 한 번 더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더 낫지 않을까 싶다”며 “졸부를 ‘졸라 부자’로 해석하는 창의력에도 박수를 보내는 태도도 조금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예능도 짤로 보고 드라마도 배속을 높여 보는 시대가 된 지 오래”라며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은 “찾아보지도 않고, 심지어 아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게 문제” “조롱할 일은 아닌데, 알려주면 왜 어려운 말 쓰냐고 역으로 난리를 치는 세상” “정확한 뜻을 몰라도 문맥상 의미를 유추할 수는 있을 텐데” “너무나 참담한 문해력 수준에 가슴이 답답함”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심심한 사과’ 논란과 비슷한 일은 그동안 종종 발생했다.
재작년에는 광복절 임시공휴일을 앞두고 ‘사흘’의 의미를 4일 쉬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면서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또 금일을 금요일로 착각한 대학생이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해 되레 항의하는가 하면 코로나19에 확진된 대학생들이 공결 신청 사유로 ‘병역’이라고 올려 학교 측이 다시 공지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