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지난 11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한국 정부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모든 나라가 독립을 가질 권리가 있다. 모든 도시는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것들을 위해 우리와 함께 서서 러시아에 맞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군사적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라며 “러시아 배, 러시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이런 무기를 받게 되면 일반 국민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앞서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대공무기체계 지원을 요청했다.
그간 한국 정부는 방탄 헬멧,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살상무기 지원과 관련해서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25 전쟁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1950년대에 전쟁을 한 번 겪으셨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한국은 이겨 냈다. 그때는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우리 국경을 지키려면 국제사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23국에서 화상 연설을 했고, 한국은 24번째 국가가 됐다.
그러나 화상 연설 분위기는 다른 나라와 크게 달랐다.
앞서 23개국 연설에서는 대부분 연설 장소에 의원들이 빽빽하게 들어찼지만, 이날 국회도서관 강당은 곳곳이 텅텅 비었다.
참석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각 당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국회 외통위, 국방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약 50여명.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기립박수 역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