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인이 300일 기념 여행을 떠났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여성은 사망했고, 남성은 이상하리만치 멀쩡했다.
그런데 사고 직전 남성이 옆에 앉은 여성이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알려졌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300일 그리고 19초, 제주 오픈카 사망 사건의 진실’ 편이 그려졌다.
지난 2019년 11월 10일 새벽 1시. 은애 씨와 남자친구 최 씨가 탄 오픈카가 연석,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았다.
은애 씨는 어깨,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와 뇌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10번의 대수술을 받고도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누워 있던 은애 씨는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반면 최 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이 수군거릴 정도로 멀쩡했다.
당시 경찰은 최 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1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기에 음주운전 사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애 씨의 유족이 최 씨를 살인미수로 고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 씨가 사고를 ‘고의로’ 냈다는 것이다.
유족이 공개한 휴대전화 녹음 파일에 따르면 사고가 나기 19초 전 최 씨는 은애 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최 씨는 조사에서 “둘 다 안전벨트를 찼다”고 진술했다. 현장 조사 결과 은애 씨는 녹취록에서처럼 안전벨트를 차고 있지 않았다.
유족은 사고 이후 최 씨의 행동도 이상했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연인이 사망했음에도 너무 담담했고, 은애 씨의 집에서 노트북을 챙기고 가족 몰래 현관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한다.
또 유족은 “은애가 살고 있는 집의 보증금으로 8천만 원이 있는데, 사실혼 관계가 본인에게 이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최 씨가 지인에게 사실혼 관계를 증언해달라는 의아한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유족의 고의 사고 주장에 대해 최 씨 측 담당 변호사는 “여자친구가 라면 먹고 싶다고 해서 라면 사러 가는 길에 갑자기 안전벨트를 안 했다고 사람을 죽일 수 있냐, 그럴 순 없다”며 “그리고 피고인이 실제로 그때 술에 많이 취해서 기억을 못 한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 씨가 사고 직전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교통사고 분석 전문가는 “충돌 0.5초 전 브레이크를 밟은 것은 무의미하다. 핸들 조향 역시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과속은 고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안전벨트를 착용 안 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급가속을 했다는 건 분명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