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눈만 살려달라고 빌어” 민원인에게 염산 테러당한 공무원

By 이서현

행정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에게 염산 테러를 당해 얼굴 부위에 화상을 입은 공무원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염산 테러를 당한 경북 포항시청 공무원 A씨의 동료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과장님의 사모님이 간병을 하시며 느끼신 애끓는 심경을 전한다”며 A씨 가족 측의 글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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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부인은 “청천벽력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세상의 그 어떤 단어로도 담아낼 수 없었던 그 날 남편의 사고 소식”이라며 “오로지 눈만 살려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내 남편이어야 했는지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원망의 대상이었지만 원망조차도 퍼부을 시간이 내겐 없었다”라며 “오로지 남편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죽을 것 같았던 분노는 어느 정도 사그라들고 그래도 고마웠던 분들이 생각이 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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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사고 직후 초기대응은 물론, 소리없이 뒤에서 참 많은 것을 도와주시는 동료분, 응급실로 한달음에 달려오신 시장님, 거듭 미안하다시며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셨던 분들을 보며 남편이 얼굴은 일그러져 있지만 아마도 가슴으로는 웃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씩씩하고 담담하게 치료에 임할 것이다. 절망 속에도 희망을 볼 줄 아는 내 남편이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마음껏 다시 날개 달고 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꿈꾼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A씨의 부인도 현재 암 투병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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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포항시청에서 벌어졌다.

개인택시 매매알선업자인 가해자는 당일 외부인 방문이 금지된 시청 건물 7층으로 몰래 올라와 상담을 핑계로 A씨에게 접근했다.

이후 생수병에 담아온 염산을 A씨에게 뿌렸고 얼굴과 눈을 다친 A시는 서울의 한 안과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가 입은 상처는 실명 수준으로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6개월가량의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는 지난달 31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누리꾼들은 “염산을 쉽게 구매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저건 살인미수다” “염산테러는 특수법을 적용해야 한다” “무조건 참으라는 공무원지침 바꿔야” “강력한 처벌 바랍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