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가 울리면 깜짝 놀라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화 통화할 때마다 긴장과 압박 등 불편을 느껴 이를 기피하는 증상을 ‘콜 포비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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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가 불편하다고 털어놓는 이들이 많다.
지난 2020년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1%가 ‘콜 포비아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성인 2명 중 1명 이상이 겪고 있는 것으로, 지난 2019년 46.5% 대비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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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메신저나 문자 같은 디지털 소통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대방에게 말투나 억양으로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전화 대신, 이러한 복잡한 상호과정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콜 포비아’가 있다고 답한 이들 중에서는 “차라리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낫지, 전화통화는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그만큼 오직 목소리로만 의사소통을 하다보니 의사를 전달하거나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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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전에 없던 ‘콜 포비아’가 생겼다는 이들도 있다.
말실수를 할까 봐 혹은 말을 잘하지 못해 전화 통화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말이 통하지 않거나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큰소리로 우기는 등 대화가 어려운 상대를 많이 겪으면서 일종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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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간접 소통의 일상화’도 원인으로 꼽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전화보다 메신저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이로 인해 타인과 대면으로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를 봐도 콜포비아를 겪는다는 성인남녀 58.2%가 ‘전화보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문자 등 비대면 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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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포비아를 줄이려면 통화할 내용을 미리 적거나 조용한 곳에서 통화에 집중하는 것이 방법이 된다.
증상이 심하다면 심리치료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콜 포비아를 겪는 이들의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보험광고와 보이스피싱도 한몫한 듯” “난 20년 전부터 느꼈는데” “전화는 대부분 문자보다 급하고 중요한 일이니까 부담감도 생기고 그냥 싫어짐” “업무상 전화가 제일 무서움” “기관에 문의할 거 있어도 최대한 홈페이지에서 다 찾아본 후 어쩔 수 없을 때 전화함”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