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18년째 산중 생활을 하고 있다.
세상을 피해, 사람을 피해 산으로 들어온 그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낙원을 짓고 싶었다.
그 한 사람은 바로 ‘아들’이었다.
이성원 씨는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제대 후 장사를 시작했다.
이성원 씨는 “서울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장사하면서 돈을 좀 벌었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대형 슈퍼마켓도 차렸어요”라고 말했다.
슈퍼마켓을 할 때 할머니들이 커피를 하나 훔쳐 가면 어떻게 커피만 잡수시냐고 설탕 하나를 끼워줬다. 그러면 나중에 그 할머니의 자제들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도, 악착같이 돈을 아꼈던 것도 모두 ‘아들’ 때문이었다.
단지 남들보다 몸이 조금 불편했던 것뿐인데,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이성원 씨는 “장애인하고 일반인이 같이 더불어 산다는 게 좀 힘들어요. 지금 사회가 그래요”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장애인은 장애인들끼리 모여 살고, 일반인은 일반인들끼리 살아야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산으로 갔다. 아들을 위한 낙원을 만들고 싶었다.
이성원 씨는 “아들이 영원히 여기를 안식처로 삼았으면 해서 산을 택했던 거예요. 서로 더불어 살게끔 그게 내 꿈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유독 총명했던 아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신을 가둬버렸고, 피땀 흘려 지은 산중 보금자리가 완성되어 갈 때쯤 아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아들의 아픈 마음을 끝까지 헤아리지 못한 것만 같아 미안했다고.
이성원 씨는 “다른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알지만, 세상이 싫고, 사람이 싫었어요. 여기는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잖아요. 밤에 한두 시간 울면 속이 시원해요”라며 산중 생활을 계속하는 이유를 밝혔다.
‘밥이 넘어가는 것조차 죄스러웠던 아버지에게 주변의 위로는 그를 더욱 아프게 했고, 다른 이들 앞에선 꾹꾹 눌러 삼킬 수밖에 없었던 눈물을 말없이 따뜻하게 품어준 건 바로 ‘산’이었다’
해당 방송은 지난 2018년 방영된 MBN ‘나는 자연인이다 319회 – 산으로 간 슈퍼맨’으로,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사연이 전해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