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소방관분들은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자네를 존경하지만 내 딸은 안되네’란 말이다.”
지난달 23일 MBC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이창준 소방관이 털어놓은 고충이다.
많은 시청자는 무슨 뜻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더 마음이 무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던 소방관 남편을 말리던 아내의 애타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바로 광양소방서 소속 장남직 소방장과 그의 아내 이야기였다.
지난해 1월 30일 오후 2시16분께 순천완주 고속도로 하행선 천마터널 내에서 25t 트레일러 차량에서 불이 났다.
운전자는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자 곧바로 신고한 후 차량을 갓길에 세워 큰 화를 면했다.
하지만 불길이 차량 전체로 번지면서 연기가 터널 안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총 길이 3.987㎞에 달하는 긴 터널인 데다, 화재 지점이 출구를 불과 200여 m 앞둔 곳이었다.
편도 2차선 도로 위 수백여 대의 차량이 오가지 못한 채 갇혔다.
자욱한 연기는 상행선 터널까지 퍼져 나가고 있었고, 고열에 터널 내부 타일이 떨어지기도 했다.
터널 안 차량에는 전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장남직 소방장이 있었다.
그는 심한 차량 정체와 불이 났다는 고함에 앞뒤 가리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당시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아내와 그가 나눴던 대화는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차에 불났어. 나가서 끄고 올게.”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는 “안돼, 안돼”라고 소리를 지르며 그를 만류했다.
그가 “저기 소화전 있어”라고 안심시키자 아내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곧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차 밖으로 나온 그는 재빨리 피난로를 확인하고서 터널 내 차량을 우선 대피시켰다.
잠시 후 그는 아내가 있는 차량으로 잠시 돌아와 불이 난 현장으로 가겠다고 알렸다.
아내는 떨리는 음성으로 체념한 듯 “안경 써”라고 당부했다.
마스크 한 장만 쓴 채 그는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트레일러 쪽으로 성큼성큼 달려갔다.
곧바로 터널 안에 설치된 소화전 2개를 이용해 초기 진화에 나섰고, 고속도로 순찰대 경찰관과 다른 운전자들도 소방호스를 손으로 잡아주는 등 진화를 도왔다.
장 소방장의 헌신적인 진화 덕에 불길은 크게 사그라들었고, 불은 인명피해 없이 오후 2시40분께 꺼졌다.
맨몸으로 불 끄러 가겠다는 남편을 애타게 말리던 아내와 덤덤하게 불길을 향해 달려드는 소방관 남편.
블랙박스 영상에 담긴 짧은 대화는 소방관과 그의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실감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