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 추모 공간을 자발적으로 관리해온 시민 봉사단이 공식 해산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55일 만이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10월 29일 바로 다음 날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엔 자연스럽게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지금까지 15만여 명이 찾아와 조문을 이어갔다.
이들이 남긴 조화와 추모품, 추모 글귀 등은 모두 37,000여 점이다.
참사 이후 50일 넘게 비가 오면 비닐로 덮고, 바람이 불면 날아가지 않도록 고정하며 이곳을 지켜온 건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들로 구성된 자율봉사단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서로의 이름도 모른 채 “박 선생, 강 선생” 등으로 불러왔다.
따로 순번을 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추모 공간을 정리하고 지키다 조용히 자리를 떠나는 봉사자들도 많았다.
외부의 지원이나 혜택도 받지 않았고, 그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활동했다.
봉사단은 22일 주어진 책무를 다했다며 공식 해산을 선언했다.
시민들이 남긴 추모품들을 맡아줄 유가족협회가 결성됐기 때문이다.
봉사단은 유가족협의회와 협의해 추모품 등을 인계하겠다며 “이제는 추모 공간에 유족분들이 함께 계시고 지역 상권의 회복이 기대되기에 시민자율봉사는 책무와 사명을 다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은 반드시 온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10.29를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모든 이들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기도를 드리겠다”라고 전했다.
추모 공간을 인계받은 유가족들은 주변을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새로 꾸미기로 하고 이태원 상인회와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