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로 평가받던 야요이시대 유물의 검은 흔적의 정체가 밝혀졌다.
13일 NHK와 아사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나라현이 설립한 가시하라 고고학연구소 오카미 도모키 연구원은 1997년 시마네현 마쓰에시에서 발굴된 야요이시대 유물에 적힌 검은 선이 유성펜 자국이라고 밝혔다.
해당 유물은 길이 9cm, 폭 7.5cm, 두께 1.5cm의 석제품이다.
오카미 연구원이 검은 선의 화학 성분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일본 기업이 생산하는 유성펜 잉크로 드러났다.
이 유성펜은 유물 정리 작업 때 자주 사용되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앞서 야요이시대 유물을 연구해온 후쿠오카시 매장문화재센터의 연구원 쿠스미 히데오는 2020년에 열린 학회에서 돌로 만든 이 유물을 벼루로 추정했다.
또 검은 흔적은 먹으로 쓴 문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쿠스미는 유물 뒷면 중앙 부근에 두 개의 검고 희미한 선이 중국 한나라 때 서체로 쓰여진 ‘子(자)’나 ‘戊(무)’로 예측했다.
사실이라면 일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기존 문자 기록보다 200∼300년이나 앞선 것이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 유물이라며 당시 일본 전역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마쓰에시 당국은 문자를 검출하는 데 사용되는 적외선 촬영에도 묵서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전자현미경 관찰에서도 먹에 특징적인 형태의 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오카미 연구원이 나라첨단과학기술대학원과 협력해 특수한 빛을 비추고 산란된 빛의 강도 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물질의 정체를 확인한 것이다.
소홀한 문화재 발굴 작업과 연구원의 섣부른 판단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글자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론 ‘망신’이 됐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마쓰에시 당국은 유물 구분을 위한 정보를 적어놓은 종이에서 잉크가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문화재 취급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먹으로 쓰인 문자라고 추측한 쿠스미도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반박할 수 없으니 당시의 견해는 철회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