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수십 명을 살리고 홀연히 사라진 의인이 있었다.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20대 생존자 A씨는 참사 당일 흑인 남성과 다른 동료 외국인 2명이 압사 위기의 사람들을 구출했다고 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증언했다.
매체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친구들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아 돌아다니다 참사가 발생하던 시각 해밀톤 호텔 옆 계단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잠시 뒤 위쪽에서 내려오는 인파와 아래서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오도 가지도 못하다 왼쪽으로 넘어지며 4명의 남성에게 깔렸다고 한다.
그가 15분가량 깔려 꼼짝도 못 하고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빠져나가는 걸 포기했다.
이때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A씨의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밭에서 무를 뽑듯이 인파 속에서 그를 구해냈다.
이 흑인 남성은 A씨를 골목 옆 술집으로 데려다 놓고 다른 동료 외국인 2명과 함께 계속 압사 위기의 사람들을 구출했다고 한다.
A씨 친구들은 다행히 사고 당시 다른 길로 우회해 화를 면했다.
A씨는 “이들 외국인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다.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으며,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라며 “목숨의 은인을 찾고 싶다”라고 말했다.
A씨는 그날 사고로 왼쪽 무릎과 발목에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이들 외국인을 찾기 위해 A씨는 사고 이후 유튜브와 각종 SNS를 다 뒤졌지만, 허사였다고.
그는 “그들을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내가 말하는 외국인을 아는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공유해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