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주택가 골목에서 ‘대현동 연말 큰잔치’가 벌어졌다.
바비큐 전문업체가 성인 40∼50명이 먹을 수 있는 통돼지를 숯불에 구웠고, 주민들은 접시에 담아 나눠 먹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정겨운 동네잔치 풍경이지만, 문제는 이곳이 이슬람 사원 공사장과 현재 무슬림 유학생들이 쓰는 기도 공간 앞 골목이라는 점이다.
이슬람권에서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여겨 금기시하는 데 이 점을 이용해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에 나선 것.
이들은 사원 건축주가 주택가 한가운데, 주민 동의도 없이 몰래 사원을 건축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 이슬람 신자가 공사를 막아선 주민 대표를 폭행했다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현동에서는 2년째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021년 초에 공사가 시작됐지만, 2월 대구 북구청이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공사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슬람 건축주 측은 공사 중지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고, 지난 9월 공사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일부 주민의 반대는 계속됐고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를 갖다 놔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재도 공사장 인근에는 돼지머리 3개와 줄에 걸린 족발·돼지 꼬리 여러 개가 놓여있다.
이곳 일부 주민들은 이전에도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해 무슬림을 혐오, 모욕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주민들은 무슬림 유학생들이 왜 기도 공간 근처에서 돼지고기를 먹냐고 말하는 건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내 집 앞에서 삼겹살 구워 먹는데 그게 그렇게 차별받아야 할 문제이고, 눈치 봐야 할 문제인가요?”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대법원판결에도 막무가내로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의 행동이 지나치고,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확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은 117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공사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