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주인만 기다린 고양이

By 이현주

추석 연휴 김포 어린이공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반려동물용 이동장.

가까이 가보니 이동장 안에는 고양이가 잔뜩 겁을 먹고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고양이는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몇 시간 동안 문 열린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트위터 ‘Bengal_BaekRang’

지난 1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가 고양이 버림’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누리꾼 A 씨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 ‘Bengal_BaekRang’에 쓴 글을 공유한 것이다.

A 씨는 “김포 어린이공원에 치즈 아이가 한 시간째 방치 중”이라며 “캔과 간식을 같이 둔 거라 혹시라도 버려진 것 아닐까 싶어 발견하신 분이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이동장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 모습이 담겨 있다.

트위터 ‘Bengal_BaekRang’

고양이 앞에는 참치 캔과 간식 등이 놓여 있다.

A 씨는 “고양이를 발견하신 분이 오래는 못 기다릴 것 같다고 해서 저대로 둘 수 없어 일단 데리러 간다”라며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어린이공원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A 씨는 “지나가시던 분이 보더니 오전 11시부터 저 자리에 저렇게 있던 애라고 한다. 문 열린 이동장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저러고 있었다는 건가 싶어 마음이 너무 안 좋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트위터 ‘Bengal_BaekRang’

A 씨는 공원에 있는 CCTV를 토대로 범인을 잡고자 김포 지구대에 신고했다.

하지만 범죄행위가 불확실해 처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김포시청 측에 도움을 요청한 결과 추석 연휴가 끝나고 동물구조단체가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트위터 ‘Bengal_BaekRang’

A 씨는 “넣어져 있던 캔이 상한 것으로 보아 오늘 하루 여기 있던 게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오지 못했는지 이동장 안에 소변을 보고 그걸 깔고 앉아 있었다”라고 고양이 상태를 전했다.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간 A 씨는 “전염병 등에 대해 간단한 피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모두 음성”이라며 “귓속이랑 털 상태가 깨끗해 길냥이는 아니었을 것 같지만, 손톱 관리가 돼 있지 않고 중성화도 안 됐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A 씨는 반려묘와 임시 보호 중인 또 다른 고양이가 있어 녀석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트위터 ‘Bengal_BaekRang’

이후 A 씨는 11일 “치즈 아가 임보처와 입양처가 결정됐다”라며 “한 달 정도 임보를 하며 중성화수술 마친 후 입양처로 옮겨질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새 가족에게 무사히 갈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할 예정이다. 걱정해주시고 연락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주인 신상 꼭 털어버리자”, “동물 버리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나 가족도 버릴 사람들임”, “캔 한 입도 안 먹고 버려진 것 아는 눈빛이 너무 슬프다”, “동물 유기가 범죄가 아니라니 참담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