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신고를 했다가 “그쪽 때문에 가정이 망가졌다”는 말을 들은 누리꾼.
그는 자신이 ‘괜한 참견’을 한 게 아닌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지난 12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가 음주운전 신고한 게 가정을 망쳤다는데’라는 제목의 사연이 전해졌다.
해당 글을 작성한 A 씨는 한 달 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 음주운전을 목격했다고 했다.
A 씨는 “한 달 전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딱 봐도 술 취한 사람이 운전해서 편의점 앞까지 와서 주차해놓고는 그대로 잠들어 있더라”고 설명했다.
운전하는 직접 모습을 본 데다가, 운전자가 편의점에 이용할 때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A 씨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모른 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A 씨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A 씨는 “사실 내 동생이 음주운전 차에 치여서 큰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다리가 많이 불편하다”며 “음주운전하는 걸 보면 눈이 뒤집힌다. 그래서 바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출동하자 운전자는 대리기사가 운전했다며 발뺌했다.
경찰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가서 CCTV 영상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까 걱정된 A 씨는 경찰에게 자신이 신고자라고 밝히고, CCTV 영상을 보여주며 “분명 저 사람이 운전했다”고 말했다.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까지 나온 터라 상황은 그렇게 잘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운전자였다.
A 씨는 “운전자가 그날 음주운전 때문에 면허를 취소당하고 일하던 직장에서도 잘렸다고 하더라”며 “집에 임신한 아내도 있는데, 당신 때문에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그쪽이 멀쩡한 가정을 풍비박산 낸 거라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듣다가 그냥 끊었는데, 전화받고 죄책감이 들더라. 진짜 내가 굳이 신고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연을 접한 많은 누리꾼들은 “잘못한 건 운전자이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신고하는 게 당연한 거다”, “범죄자 말은 들어주는 게 아니다” 등 A 씨를 위로했다.
이에 A 씨는 댓글을 통해 “위로해준 분들 정말 감사하다. 사실 한 가정을 망친 거란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괜한 정의감에 불탔던 걸까, 하고 고민했다”며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신고 안 했으면 수십 번 음주운전을 했을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