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을 의심했다” 모두가 경악한 대한제국 역사투어 프로그램

By 이현주

서울시가 3년 만에 주최한 덕수궁 ‘정동야행’ 행사에서 일본 헌병 등의 옷을 대여해주는 역사 체험이 진행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대행업체가 사전 협의 없이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3년 만에 열린 ‘정동야행’ 행사 | MBC ‘뉴스데스크’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중구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 행사가 열렸다.

덕수궁 돌담길을 중심으로 정동 일대에서 우리나라 전·근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다.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개화기 의상을 직접 입어볼 수 있도록 한 ‘정동환복소’ 프로그램이었다.

MBC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

서울시는 운영업체와 사전에 협의해 체험 의상 목록을 승인했다.

대한제국 황제복과 군복, 한복, 옛날 교복, 경성 여자 드레스, 남자 셔츠·바지·보타이 등이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일본 천황 복장과 일제 헌병 의상까지 포함돼 있었다.

덕수궁 중명전 | 연합뉴스

행사가 열린 정동은 대한제국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덕수궁 중명전은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장소다.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일본은 실질적으로 대한제국 주권을 빼앗고 내정 장악을 위해 통감부를 설치해 식민지에 준하는 통치와 수탈을 자행했다.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선 을사오적 | KBS1 캡처

이처럼 민족의 아픔이 서린 장소에서 일제강점기를 상징하는 의상을 전시하고 대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논란이 커지자 시는 정동환복소 운영 업체가 사전에 승인되지 않은 의상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행사장 내 관리 감독을 통해 부적정한 부분은 조치해야 했으나, 일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이번 행사를 대행한 업체의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