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서민대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청와대 게시판 등에는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나 청약 당첨을 포기하는 사람들과 사채까지 융통하는 등의 사례가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우수 대부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에 대출을 해준 것이 확인됐다.
지난 8일 이데일리는 이 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하며 러시앤캐시가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은행에서 500억원을 차입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우수 대부업체가 은행권에서 대출 재원을 값싸게 조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금리 인하에 따른 후속조치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에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했다.
금리가 떨어지며 압박에 몰린 대부업체가 저신용자 대출을 줄여 서민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대부업체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 21곳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요건은 최근 3년간 영업 중 대부업법 등 금융관계법령 위반 사실이 없어야 한다.
또 저신용자 신용대출 실적이 대출잔액 대비 비중 70% 이상이거나 100억원 이상을 충족한 업체다.
최종 선정된 업체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리드코프, 태강대부, 에이원대부캐피탈, 바로크레디트대부 등 21개사다.
금융당국의 규제완화에 따라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체는 앞으로 은행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은행들은 내규상 대부업자에게 무조건 대출을 금지하거나 별도 절차를 두어 사실상 대부업체와의 거래는 금지해왔다.
현재 알려진 건 러시앤캐시뿐이지만 우수 대부업체에 대한 은행권 차입 허용은 추가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총 686곳으로, 이중 채권추심과 대부중개, P2P연계대부업을 제외한 순수 금전대부업체는 322개사다.
이번에 선정된 21개사는 전체 대부업권의 6.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비중은 전체의 85%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SNS에 “문재인 정부는 대부업체와 깐부인가”라며 “정부에서 우수 대부 업체라는 것을 선정해 은행권에서 저리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서민 금융 우수 대부업자’ 선정과 관련해 “결국 서민에게 대부업체에 가서 대출받으라고 등 떠미는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