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대로 처리” 다 지은 ‘왕릉뷰 아파트’ 부술 가능성 커졌다

By 이서현

유네스코에서 장릉이 삭제되면 함께 등재된 39기의 조선 왕릉도 함께 취소될 수 있다…

일명 ‘왕릉뷰 아파트’ 3000채가 전면 철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김포 장릉 조망권 구역에 아파트를 건설 중인 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 3개 건설사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아파트 건설을 중단하고 철거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잘 보존된 경관 때문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김포 장릉이 아파트 때문에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조의 무덤인 파주 장릉에서 김포 장릉, 그리고 김포 장릉 인근의 계양산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도록 왕릉이 조성됐다.

문화재청

문제의 아파트들은 김포 장릉과 계양산 사이에 건설 중이다.

앞서 문화재청장은 2017년 1월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개별 심의한다고 고시했으나, 이들 건설사는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서도 심의를 받지 않았다.

건설사는 심의를 누락했고, 관할 구청은 문화재청에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줬다. 문화재청은 아파트가 다 들어서고 나서야 뒤늦은 대응에 나섰다.

이들이 책임 소재를 따지며 법정공방을 벌이는 사이 공사는 중단됐고,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함에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문화재청

여론은 싸늘했다. 이번에 넘어가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지난 2009년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왕릉 40기는 한꺼번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이번 사태로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 왕릉 전체의 유네스코 등재 삭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세계문화유산인 리버풀 해양무역 도시의 경우 리버풀의 도심 재개발로 도심 경관이 심하게 바뀜에 따라 올해 세계유산 자격이 박탈됐다.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포 장릉 인근 아파트의 불법 건축 문제가 집중 조명됐다.

여야 의원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탈락과 문화재 관리 방식 등에 대해 잇따라 비판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17일 문제의 아파트 철거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은 8일 오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조선 왕릉’의 문화적 가치를 열거한 뒤 “아파트들이 그대로 그곳에 위치하게 된다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심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대로 놔두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로 남아 위와 같은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사실상 철거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