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는 출퇴근길을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서서 가는 지하철 이용객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미 사람들로 꽉 차 버린 열차가 도착했음에도 사람을 밀고 들어가 억지로 열차에 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온몸이 꽉 낀 탓에 팔 하나 제대로 펼 수 없는 상황에서 열차가 급정거할 땐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거나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포착된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들 사이에선 지옥 같은 지하철이라는 의미로 ‘지옥철’이란 단어를 사용할 정도다.
그런데 출퇴근 시간대 지옥철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3일 트위터 등 SNS에는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이태원 참사 이후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서 느낀 바를 적은 글이 다수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한 누리꾼 A씨는 “소름 끼쳤다. 퇴근 시간 환승구간 사람이 뒤엉켜서 지옥 같았는데, 오늘은 계단에서 사람들이 일정 간격 두고 선 채 기다리면서 올라가더라”라며 “직원이 통제한 줄 알았는데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질서를 지키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누리꾼 B씨는 지난 1일 “오늘 지하철 타는데 누가 계속 뒤에서 밀길래 ‘밀지 마세요’라고 말하니까 동시에 주위 사람들 다 멈췄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같은 날 누리꾼 C씨는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한 환승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 덜 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며 “서로 덜 밀어도 타고 내릴 수 있는 거였구나. 살짝 눈물이 났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밀어 타기한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출근길에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서 어떤 분은 비명을 질렀다” “손잡이 잡고 겨우 버텨서 가는데 이태원 사고 생각나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현상으로 나타난 거라 생각된다”라며 자발적인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충격으로 인한 변화로 보여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이태원 사고를 계기로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에서의 안전 우려가 커지자,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심한 역사를 대상으로 현장 분석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