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거래를 위해 국내에서 사육되던 반달가슴곰들이 구조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주 두 달이 지난 지금 건강해진 곰들의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2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올해 3월 강원도 동해시에서 사육하던 반달가슴곰 22마리가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 곰들은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하다 반달가슴곰의 국제 멸종위기종 지정으로 웅담 거래가 제한되자 방치된 곰들이었다.
동물자유연대는 사육 곰들을 구조해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의 야생동물 보호시설(The Wild Animal Sanctuary)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2년이 다 되도록 이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50시간이 넘는 이동 끝에 반달가슴곰들은 바다 건너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도착 당시 곰들은 영양실조 상태였고, 몸무게는 야생 곰의 절반에 불과했다. 곡물과 채소 대신 개 사료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설립자인 팻 크레이그는 말했다.
구조된 곰들은 2008년~2013년생으로, 한국에서는 원래 10살이 넘으면 도축될 처지였다. 평균 수명이 20년인 것을 고려하면 10년 이상 살 수 있는 상태였다.
평생 뜰 창에서 생활한 곰들은 적응을 위해 일단 임시계류장에서 6주간 생활했다. 그리고 4월 말, 야생으로 방사됐다.
곰들은 98헥타르가 넘는 수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먼저 구조된 흑곰들과 교류하고, 개 사료가 아니라 곡물과 고기, 과일 등을 먹으면서 지낸다.
좁은 뜰 창에서 벗어나면서 단순했던 행동도 풍부해졌다고 한다.
크레이그는 “마침내 방사된 곰들이 처음으로 풀밭에서 노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 보람찼다”면서 “이 아름다운 동물들은 자유로운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사육 곰 340여 마리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보호시설이 부족해 구조된 곰들이 지낼 곳이 없다고 한다.
크레이그는 한국에 있는 사육 곰들을 더 많이 구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도 추가로 사육 곰의 미국 이주를 추진하고 있다.